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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감사한 마음을 미쳐 못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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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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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2,299  2008-02-02 11:25 |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설날이 벌써 다음 주로 다가온걸 보니 제 인사가 너무 늦은 것 같아 송구하고 죄송스럽습니다.
아무쪼록 새해에도 福 많이 받으시고, 더욱 더 건강하시고, 항상 기쁨으로 가득하시고, 모든 일이 더욱 잘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또 무자년에는 우리 국악, 특히 대금에 대한 사랑이 온 누리에 가득해서 어디서나 힘차고 아름다운 대금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 제가 너무 옆 길로 빠진 것 같습니다. ^^;
제가 선생님을 찾아뵙고 대금을 구입한지도 벌써 몇 주가 지나갔습니다. 제가 원래 욕심이 많은데다 대금을 전부터 워낙에 좋아해서(물론 연주는 않고 듣기만 했었지만) 대금에 대해서는 평생 공부하며 벗삼을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말 좋은 대금을 만나야 겠다는 결심에 매일 눈만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저도 참 생각이 짧은 것이, 작년들어 플라스틱 대금으로 기존에 구입해뒀던 선생님 교본으로 연습하고 있었으면서도 왜 대금은 선생님께 구입할 생각을 못했을까요.
비록 가깝지 않은 길을 운전하고 가기에 조금 힘이 들었지만, 선생님과 사전에 전화 통화를 하고, 시간 약속을 잡고, 드디어 대금을 구입하러 가는 길에는 정말 흥분된 마음으로 설레임이 가득했습니다.
선생님을 찾아뵙고 대금을 고르느라 이 것, 저것 만져보다 선생님께서 대금에 붙여두신 청을 건드려 찢어 먹었을 때는 어찌나 죄송하던지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더군요. 제가 무안할까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상관 없다고 말씀하시던 인자한 눈매가 지금도 선하게 떠오릅니다. ^^;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또 아쉬운 것은 찾아 뵙던 날 제대로 된 대금을 만나게 되었다는 생각에 식사라도 하고 가라고 붙잡으시던 선생님과 사모님의 정성을 뒤로하고 대금만 들고 그냥 돌아왔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죄송합니다.
또, 미리 선생님 CD라도 가져가 사인이라도 받아 올 것을.. 하고 아쉬워만 하고 있답니다. 물론 다시 찾아뵐 생각이니 그 때 받아도 되겠지만요. (저뿐만 아니라 제 집사람도 선생님 연주를 정말 좋아한답니다)
정말로 제 마음에 쏙 드는 대금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제게 큰 행운이면서도 그 대나무를 키워줬던 이 땅과, 그 대나무를 찾아 내서 가꾸고 다듬고 깍아 훌륭한 대금으로 만들어 주신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고 하면 제가 너무 과한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선생님 말씀마따나 요즘 좋은 대나무 구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언젠가 전부 중국산 대나무로 대금이 만들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심히 우려됩니다.
최근에도 대나무 구하러 가셨다가 허탕치고 빈 손으로 왔다고 하신 밑의 글을 보니 마음이 안좋더군요. 바다에서도 어린 물고기와 알을 밴 어미 고기는 잡아도 놓아 주는데, 쌍골죽만 보면 농익지 않았어도 무조건 캐가려는 사람들이 빨리 그런 넓은 생각을 가졌으면 합니다.
게다가 최근 인터넷에 대나무를 구해서 직접 대금을 제작해 보려는 시도가 많아지는 것 같던데 황죽도 아니고 희귀성이 있는 쌍골죽을 그렇게 개인 연습삼아 깍다가 못쓰게 만들어 버리는 일이 늘어날까 심히 걱정이 됩니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댓가를 지불하고 구입한 대나무라도 한정된 자원이 낭비되는 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 없더군요.
또한, 플룻은 백여만원 이상씩 주고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수백만원 짜리 피아노는 당연히 오래동안 돈을 모아 구입할 대상으로 생각하면서, 대금을 비롯한 국악기는 싼 가격에 좋은 물건을 찾거나, 택도 없이 비싸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도 어이가 없습니다.
특히 농익은 좋은 쌍골죽 자체도 희귀해서 구하기가 심마니의 삼 캐기와 비교된다는데, 그것을 제대로 다듬어 좋은 악기로 바꾸기까지는 긴 시간동안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땀과 눈물로 대금 제작법을 습득한 장인의 손길이 수도 없이 닿아야 제대로 된 대금 하나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을 최소한 우리 민족만이라도 아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또 샛길로 빠지네요.)
말이 자꾸 길어집니다만 제가 아직 진양(짧은 산조)을 배우고 있어 청도 붙이지 않고 절연테입으로 감아 바람소리만 내며 연습하고 있으나, 그래도 중간 중간에 제대로 소리가 날 때에는 제가 들어도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맑고 우렁차고 멋진 소리가 난답니다.
다만 한 갖지 아쉬운 것은, 언제 불어도 일관되게 계속 그런 소리가 낫으면..하는 바램에 비해 아직 제 실력이 너무 일천하다 보니 아직은 덜 성숙된 소리가 주로 나는 것이지요.
그럴 때마다 대금과 선생님께 미안하다는 생각까지도 들곤 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록 더욱 열심히 연습 중이고 가급적 하루라도 건너 뛰는 일 없이 짧은 시간이나마 매일 정진하고 있습니다.
저와 대금도 매일 매일 더 친해지고 있고(대금이 불수록 점점 더 소리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또 아주 더디긴 하지만 제 실력이 향상되고 있는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 노력하다보면 선생님께도 자랑스럽게 산조 한바탕 들려 드리고, 또 한 수 배울 수 있는 날이 오리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제 수다만 한참을 떨었습니다만, 올 한해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하루 빨리 다시 뵙게 될 날을 기원하면서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음악과 좋은 악기를 계속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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